WAIC 2026: 기호들의 거래소

아무도 두지 않는 체스 한 판에서, 부스 위의 기술과 기호를 보았습니다. 전시회가 보여주는 것은 AI 중에서 가장 '거래 가능한' 부분이지, 반드시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文章目录
  1. 아무도 두지 않는 체스 한 판
  2. 장 밖: 기호를 사는 사람들
  3. 장 안: 기호를 파는 사람들
  4. 첫 번째 층: 하드웨어 껍데기
  5. 두 번째 층: 모델 중간상
  6. 세 번째 층: 얇은 소프트웨어
  7. 네 번째 층: AI 역술
  8. 진짜가 없는 건 아니다
  9. 5년 뒤

7월 18일, 저는 상하이에서 하루 종일 WAIC를 돌아다녔습니다. 쉬후이 웨스트번드에서 엑스포 센터 H1—H4, 그리고 엑스포 전시관까지, 전시 구역을 전부 걸어서 둘러봤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이 하루를 어떻게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결국 머릿속에 남은 건 어떤 대형 모델도, 어떤 휴머노이드 로봇도 아니라, 오후에 둔 그 체스 한 판이었습니다.

체스 로봇. '캐슬링'은 킹과 룩을 같은 턴에 함께 움직이는 흔한 수지만, 시스템이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두지 않는 체스 한 판

엑스포 전시 구역에는 중국장기(샹치) 로봇과 체스 로봇이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체스는 원래 마이너한 종목입니다. 샹치 쪽에는 구경꾼이 몰려 있었지만, 체스 테이블은 계속 비어 있었고 아무도 두지 않았습니다.

저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수를 두기 시작하자마자 옆에 있던 외국 매체들이 몰려와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주최 측도 정말로 누군가 앉아서 이 체스 로봇을 사용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 로봇은 부스 위에서 먼저 '보여주기 위한 기호'였고, 그다음에야 대국을 기다리는 기계였습니다.

오프닝에서 십여 수를 둔 뒤, 저는 캐슬링을 했습니다. 로봇은 멈춰 버렸습니다.

스태프가 다가와 아주 솔직하게 설명했습니다. 아직 캐슬링을 지원하지 않는다고요.

체스를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설명하자면, 캐슬링은 기본 규칙 중 하나입니다. 조건이 충족되면 기사(棋手)가 같은 턴에 킹과 룩을 동시에 움직여 킹을 보호하고 룩을 빠르게 전개할 수 있습니다. 특수한 기술이 아니라, 대국에서 아주 흔하게 나오는 수입니다.

로봇이 멈춘 건 그 수가 너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 규칙이 시스템에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저는 이 기계가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이건 저와 체스를 두고 있는 게 아니라, 빈틈 있는 스크립트 하나를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고, 저는 우연히 그 스크립트 밖으로 걸어 나간 것뿐이었습니다.

WAIC에서 본 것 중 가장 정직한 데모였습니다.

장 밖: 기호를 사는 사람들

전시품보다 더 흥미로운 건 관객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두 개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 A가 B에게 말하길, 즈푸(Zhipu) 주식을 샀는데 당일 30%가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더 들어보니 A는 LLM이 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기본 원리도 몰랐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해하는 기술에 가격을 매긴 게 아니라 'AI'라는 두 글자를 산 것이었습니다. 30%가 빠진 뒤에도 그는 무엇이 빠진 건지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상용화가 기대에 못 미친 건지, 오픈소스 모델에 밀린 건지, 아니면 그냥 시장 심리인지. 그에게는 분석 프레임이 없었고, 포지션만 있었습니다.

두 번째. C가 D에게 새로 산 어떤 브랜드의 AI 녹음펜을 보여주며 96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D가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이게 무슨 소용이야? 더우바오(豆包) 있는데?"

이 한마디가 꽤 아팠을 겁니다. 적어도 D가 보기에 C가 산 건 하드웨어였지만, 체감되는 가치는 모델 레이어에 있고, 그 모델은 이미 거의 공짜로 모든 사람의 휴대폰에 들어와 있으니까요. 녹음펜 업체가 배터리 지속 시간을 핵심 셀링 포인트로 삼는다는 것도 반대로 말해줍니다. 아직 AI 역량에서 충분히 뚜렷한 차별화를 만들지 못해, 전통 하드웨어가 익숙한 스펙 경쟁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을요.

주식을 사는 사람은 LLM을 모르고, 하드웨어를 사는 사람은 "더우바오 있는데?" 한마디에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이것이 장 밖 수요 측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거래하는 건 이해가 아니라 기호입니다.

장 안: 기호를 파는 사람들

공급 측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시관을 전부 돌고 나서, 저는 공개 전시 구역의 제품을 대략 네 층으로 나눠 봤습니다.

첫 번째 층: 하드웨어 껍데기

스마트 안경은 뜯어 보면 대부분 자막 투사, 녹음, 카메라의 재조합입니다. AI 녹음펜은 여전히 배터리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로봇 부스가 가장 시끌벅적해 보이지만, 많은 데모가 사전에 짜인 동작이나 원격 조종에 의존하고, 온전한 작업 하나를 자율적으로 끝내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3백여 대의 로봇 중에서 저를 정말 놀라게 한 건 푸리에(Fourier)뿐이었습니다. 적어도 이곳은 로봇이 구경과 촬영용으로 짜인 동작 세트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션 컨트롤과 실제 역량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수많은 제품은 같은 곤경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AI 역량은 자기 것이 아니고 하드웨어 외형만 자기 것이니, 결국 외형과 동작, 스펙 경쟁으로 몰릴 수밖에요.

휴머노이드 로봇은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각적 기호 중 하나였지만, '움직일 수 있다'와 '자율적으로 작업을 완수할 수 있다' 사이에는 여전히 먼 거리가 있습니다.

두 번째 층: 모델 중간상

현장에는 API를 파는 모델 중개 플랫폼도 있었고, 홍보물에는 여전히 Kimi 2.5, GLM 5.1 같은 모델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핵심 가치는 기술적 돌파가 아니라, 고객과 상류 모델 사이의 정보 비대칭입니다.

이런 장사는 마진이 얇습니다. 상류가 계속 가격을 내리거나, 고객이 모델 호출 방식에 점점 익숙해지면, 중간층의 공간은 빠르게 압축됩니다.

세 번째 층: 얇은 소프트웨어

입찰 AI 도구, 한 문장만 입력하면 앱을 만들어 주는 플랫폼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동질화가 심했습니다. 많은 제품의 핵심은 여전히 '모델에 껍데기 씌우기 + 업계 프롬프트'였고, 이른바 해자(护城河)라는 것도 몇 달의 선점 시간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네 번째 층: AI 역술

가령 AI 한의학 설진(舌診) 같은 것입니다. 이 층에서는 '동질화'를 논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기존의 역술적 서사에 AI로 금칠을 한 겹 다시 입힌 것에 가까우니까요.

현장의 마케팅 동작 역시 어긋남으로 가득했습니다. Kimi K3 자체는 이번 전시에서 볼 가치가 있는 콘텐츠였지만, 부스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한 번에 2000위안 이상을 소비하면 축구공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전형적인 생필품 오프라인 판촉 논리인데, 모델 회사에 옮겨오니 유난히 어색했습니다. 일반 소비자의 한 번의 구독에서 어떻게 2000위안의 객단가가 나오겠습니까? 현장에서 받아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인센티브 설계조차 다른 업종에서 복사해 온 템플릿 같았습니다. 많은 회사가 아직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기 고객이 누구이며, 그 고객이 왜 돈을 내는지를.

2차원 버추얼 스트리머, 디지털 휴먼, 콘텐츠 생성 역시 전시 구역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전시용 AI'입니다.

진짜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이번 WAIC에는 진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푸리에 로봇은 하드웨어와 제어 역량이 실제로 앞으로 나아가는 부분을 보여줬습니다. Kimi K3 부스는 모델 레이어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보여줬고, WorkBuddy의 AI 도입 데모는 제가 가장 궁금해하던 질문에 직접 답했습니다. AI가 어떻게 또 하나의 채팅창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업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가를요.

특히 WorkBuddy가 그랬습니다. 이것이 보여준 건 공허한 '임파워먼트' 한마디가 아니라, AI가 구체적인 비즈니스에 어떻게 들어가는지였습니다. 이런 데모는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카메라를 끌지는 못해도, 무대 위 구호들보다 훨씬 실제 생산에 가까웠습니다.

문제는 이런 가치 있는 콘텐츠가 공개 전시 구역의 다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더 많은 첨단 프로젝트는 여전히 비공개 포럼, 기업 내부 시스템, 아직 공개되지 않은 POC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공개 매대에 잔뜩 올라와 있는 건 여전히 모델 역량의 단순한 나열과 조합이고, 한 차례 또 한 차례 이어지는 QR 스캔, 팔로우, 경품 수령의 유인 게임입니다.

소수의 부스가 자산 관리, 협업, 기업 마이그레이션을 논하기 시작했지만, 표현 방식은 여전히 우선 현장 확산을 위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이건 단순히 '전시회에 좋은 게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구조적인 어긋남이라는 것을.

실제 생산 프로세스에 들어간 AI는 대개 촌스럽고 잡다하게 생겼습니다. 입찰 문서, 장부, 결재 라인, 자료 아카이빙 같은 것들이죠. 이런 건 멋진 부스를 만들기 어렵고, 확산력 있는 사진을 찍을 수도 없으며, 거창한 보도자료에 담기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눈에 잘 띄는 '기업용 AI'일수록 사진 찍고 이야기하고 거래하기 좋은 부분에 가까워지고, 정작 생산 프로세스에 박힌 제품은 오히려 조명과 군중 속에 파묻히기 쉽습니다. WorkBuddy가 인상 깊었던 건, 바로 이 어긋남을 잠시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전시회가 보여주는 것은 AI 중에서 가장 거래 가능한 부분이지, 반드시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기호는 주식투자자에게 팔리고, 스펙은 소비자에게 팔리고, 부스 스토리는 투자자에게 들려주고, QR 스캔 데이터는 KPI에 바쳐집니다.

부스는 먼저 하나의 확산 인터페이스입니다. 브랜드, 조명, 슬로건, 제품이 함께 '촬영 가능한 기호'를 구성합니다.

5년 뒤

저는 아주 대략적인 판단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공개 전시 구역의 회사들 중 5년을 넘게 살아남을 곳은 20%가 채 안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숫자는 사실 그리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역대 인터넷 대회, VR 원년의 전시 업체들, 혹은 블록체인 서밋의 참가 명단을 돌아보면 최종 생존율은 대체로 이랬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 80%가 소모한 관심과 자본이, 장 밖에서 주식과 녹음펜을 산 사람들이 낸 돈과 본질적으로 같은 수업료라는 점입니다.

장 안 공급 측과 장 밖 수요 측의 인지 거품이 WAIC에서 만난 것입니다.

캐슬링을 못 하는 그 로봇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5년 뒤 우리가 이번 참가 명단을 다시 돌아볼 때, 누가 체스판 위에 남아 있을지, 누가 진짜 사용자가 스크립트 밖으로 걸어 나가는 순간 멈춰 버릴지, 답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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